내가 싫어하는 몇 명 인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. '증오'란 단어가 너무 센 거 같다.
증오의 뜻: 아주 사무치게 미워함. 또는 그런 마음.
나는 그 인간들을 싫어하지만 아주 싫어하지는 않으려고 애쓴다. 그리고 그 애씀조차 나의 에너지 낭비이기 때문에 아예 무관심으로 대응한다.
가상의 인물을 상정하는 게 낫겠다. 2022년 대선에서 2번을 찍고 일베를 하며 여성 혐오에 찌든 사람이라면 나는 그 사람이 나와 아무런 연이 없더라도 맘 편하게 증오할 수 있을 거 같다. 그리고 그런 인간이라면 나를 충분히 증오할 수 있을 거다. 여자며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는 이유로.
우선 나는 그 인간에게 내가 성폭력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할 거 같다.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그 사람과 멀찍이 떨어져 앉는다. 나는 대화를 시도할 것이다.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는 허튼 말과 영양가 없는 대화가 필요하니까. 그 사람이 왜 나를 증오하는지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. 그것밖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할 일이 없으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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